2019 상영작 – 단편

한국 단편섹션

20분 간의 짧은 하루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의외로 다이나믹 하고,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초유의 사건 사고들입니다. 그래서 보는 이에 따라 길고 고단한 하루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지만 긴,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이 인상적인 3편의 단편작을 소개합니다. 

7일(토) 16:20 H관


<캣 데이 애프터 눈>

  • 한국, 25min
  • 감독: 권성모
  • 출연: 임예은, 홍지석, 모시

‘을들의’ 하루

어느 무더운 여름 날, 땀을 뻘뻘 흘리며 재택근무를 하던 여자는 에어컨 수리기사를 부른다. 일과 관련된 문자와 전화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여자 앞에 나타난 에어컨 수리기사의 행태는 무언가 꺼림칙하다. 이곳저곳 둘러보는 부산한 눈초리와 부담스러운 말투, 자잘한 실수부터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재채기까지. 계속되는 마감독촉과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여자에게 이 모든 것은 좁은 방 한가득 들어찬 두려움이 된다. 누군가는 전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이미 사회적으로 축적된 작은 폭력과 혐오들로 인해 견딜 수 없는 그 끝에 도달하는 순간이 있다. 그 폭발하는 순간의 처연함을 담은 한 여름의 소극. (장다나)

연출의도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을 폭력의 잠재적 피해자라고 느끼는데 반해, 남성은 자신이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 받는데 대해 억울해 하는가에서 문제에서 출발해서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기묘한 상황을 목도하고, 사회로부터 인정 받지 못하고 보호 받지 못한 해소되지 않은 피해가 어떤식으로 개인의 무의식 속에 혐오와 공포로 고착되는 재생산되는지를 그려 보려 했다.

찔리는 이야기

‘타협 불가의’ 하루

  • 한국, 22min
  • 감독: 김매일
  • 출연: 배유람, 오동민

공사가 한창인 재개발 단지에 들어선 보험회사 직원 A는 짜증이 나 있다. 약속 시간을 착각해 팀장에게 한소리를 들은데다가, 터키아이스크림 장수마저 이래저래 A를 약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큰 소리로 옆을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향해 화풀이하듯 아이스크림을 던지는 A. 그런데 오토바이가 아이스크림에 미끄러지게 되고 배달원 B는 공사장 쇠파이프에 배가 찔리게 된다. 

다 갚지 못한 학자금, 전세자금 대출, 극심한 취업난에 하루하루 허덕이는 청춘들의 이야기. 영화의 제목처럼 몸도 찔리고 마음도 찔리지만, 찔림의 아픔을 애써 외면하고 꾸역꾸역 넘겨버려야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의 비극은 시종일관 스산함으로 남는다. (장다나)

2019년 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 관객상 수상

연출의도

쇠파이프로 배가 뚫린 남자의 그로테스크한 모습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조리적인 대화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소통의 부재를 영화적으로 표현하여 전통적 미학과 도덕을 파괴하고 새로운 인간주체의 회복을 이야기 하는 하나의 실험적이자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자했다.

판문점 에어컨

  • 한국, 25min
  • 감독: 이태훈
  • 출연: 김철환, 김동혁, 민대식

‘가깝고도 먼 우리의’ 하루

고장 난 에어컨 수리요청으로 인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 회의실에 도착한 수리기사는 에어컨의 실외기가 북한에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을 금치 못한다. 월북을 해서라도 에어컨을 고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에어컨 수리를 둘러싼 남과 북의 웃지 못할 해프닝. 하지만 해프닝을 너머 여전히 분단국가로써 갖는 묵직한 책무의 기운이 영화 도처에 존재한다. 평화를 논하는 지금, 이제는 서로 한 걸음 가까워졌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위험이 존재하는 경계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때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평화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장다나)

2018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2019 제18회 미쟝센 영화제 상영

연출의도

‘판문점에어컨’은 이념의 열기와 역사의 아픔이 공존하는 판문점에서 고장난 에어컨을 고치는 수리기사를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들을 비유하고, 총이 아닌 웃음. 열기가 아닌 시원한 바람을 그리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세대 간 벌어진 남북에 대한 생각과 관심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너와 나를 가르지 않는 ‘우리’, 함께 웃음 짓던 그때 그 시절을 돌이키게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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